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외식업 새내기의 일기 - 2020.1.12(일)

최근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고, 또 노동자의 기본권이 법적으로 보장되는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했다. 물론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빨라서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,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땐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.

최저임금이 오르고 주휴수당지급까지 법으로 강화되자, 이제는 알바의 급여가 웬만한 저소득근로자와 거의 동일한 수준까지 올라왔다. 어떨 땐 더 높을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. 그러다 보니, 그동안 취업/노동을 포기한 사람들까지도 이제는 '한번 해 볼 만한' 의욕을 가지게 된 것 같다.

한 예로, 요즘은 알바 모집 공고를 내면, 지원자의 90%정도는 고등학생 또는 고등학교졸업을 앞두거나 막 졸업한 18~19살 젊은이다. 경험이 전혀 없지만, 알바자리를 구하기만 하면 업무능력과는 상관없이 어떤 식으로든 최저시급은 보장받을 수 있기에, 사회 초년생인 그들에게는 짭짤한? 소득이기 때문이다.

그런데, 최저시급/주휴수당의 법적효력이 강화되면서 바뀐 환경이 하나 있다. 바로, 업주, 즉 사용자의 입장 변화다.

예전에는 법적 최저시급과는 상관없이, 알바라 하더라도 능력급의 개념으로, 경험 유무에 따라, 그리고 능력고저에 따라 급여를 차등 책정할 수 있었고 또 그렇게 지급해 왔으나, 지금은 대부분 알바의 급여는 경험/능력과는 관계없이 모두 최저시급+주휴수당으로 동일하게 책정되어 있다.

어찌보면 유경험자들이 오히려 부당한? 처우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, 최저시급이 너무 빨리 오르는 바람에 아직까지는 사용자/고용주들이 최저시급인상 속도조차 따라가기가 버겁기 때문에 당분간은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.

그래서, 앞에서 말한 사용자/고용주의 입장 변화라는 것은 바로, 어차피 같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면, 사용자입장에서는 당연히 경험있고 능력있는 사람을 사용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.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인데, 피고용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변화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. 단지, '최저시급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일을 잘하든 못하든 상대적으로 쉽게? 기존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', 또는 '어떤 경우에든 그건 받을 수 있다', '여기 아니면 또 다른데 구해서 하면 되지 머...' 라며 아.직.도. 알바를 무척 가볍게? 생각하고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. 예전에는 그랬었을 수 있지만,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.

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.
만약 가격(최저시급)이 상수로 고정되어 있다면,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'가성비'다.
거기다가 모든 사용자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하고 있으니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더 많은 상황이다.

경험 많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당연히 최고의 가성비를 보일테니 채용1순위가 될 것이지만, 아무리 경험 많고 능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성실하지 않으면, 언제든 계약해지를 당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, 무경험자는 상대적으로 채용기회가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.
다행히 무경험자가 일하는데 큰 문제가 없는 직종이라면, 동일한 조건을 가진 다른 사람들 보다 최소한 더 노력하고 성실히 일에 임하는 모습 정도는 보여줘야만 지속적으로 사용될?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.

주변에 알바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, 꼭 이 애기를 해 주고 싶다.
"이제는 상황이 바뀌었기에, 마음을 단단히 고쳐 먹으라고"